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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해외

[영화리뷰]바스타즈 : 거친녀석들 - 20분 서스펜스의 예술





1. 전체개요


원제 :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개봉일 : 2009-10-28

장르 : 액션, 전쟁,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 152분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 브리짓 본 해머스마크(다이앤 크루거), 한스 란다(크리스토프 왈츠), 쇼샤나 드레이퍼스(멜라니 로랑),아치 히콕스(마이클 패스벤더), 프레드릭 졸러(다니엘 브륄)등


* 2009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액션 드라마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한 극장 테러 사건을 다루고 있고 전쟁 영화처럼 보이지만 배경만 따온 대체역사물의 영역에 가 있습니다.





* 브래드 피트와 타란티노의 결합으로 화제가 되었고, 포스터나 기타 홍보에도 피트를 내세우긴 했지만 정작 피트의 캐릭터인 알도 레인은 그렇게까지 주역으로 등장하진 않고 오히려 영화의 멋을 살린건 기이한 매력의 악역인 한스 란다 SS 대령입니다. 1 챕터를 보고나면 란다 대령이 나올 때마다 보는 사람마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고. 결국 란다 대령 역을 맡았던 크리스토프 왈츠는 82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및 62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 전 5 챕터에 걸쳐 타란티노의 장기인 끝없는 수다가 펼쳐집니다. 게슈타포와 유태인, 또는 미국 스파이 사이의 정체를 캐내기 위한 설전이 백미. 언어가 정체 은닉의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현실을 철저히 반영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가 난무하고 배우들도 모두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 특히 브래드 피트의 우스꽝스러운 테네시 주 남부 억양이 포인트로, 현지 관객들은 피트가 한 마디씩 던질 때마다 자지러졌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에게는 억양이 특이하다고 느껴질 뿐 자지러지기는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며 타란티노 영화 중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미국 흥행수익은 1억 2054만 719달러(해외 흥행수익은 2억 달러)로 타란티노 감독 이전 최고 흥행작인 펄프 픽션이 거둔 1억 792만 8762달러(해외 흥행 1억 8백만 달러)를 앞질렀습니다.(단 제작비가 7000만 달러로 780만 달러를 들인 펄프 픽션보단 엄청 많이 들이긴 했습니다.) 타란티노에겐 전작인 그라인드 하우스가 흥행에 실패했던 걸 만회한 셈이 되죠 그러나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직 수다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타란티노의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지루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의 스타일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수다스럽다곤 하지만 잘 짜여진 수준높은 수다라면 긴장감은 오히려 배가 되고. 또한 서로 독립된 것처럼 보였던 챕터들이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는 플롯은 결코 허술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2. 줄거리 요약


독일이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린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 라는 강렬한 신념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8명의 대원을 모아 '개떼들'이란 군단을 만들고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에 잠입해 당한 것에 몇 배에 달하는 복수를 시작합니다. 그들의 명성이 점점 거세지며 '개떼들'이란 이름만으로도 나치군이 두려움에 떨게 되던 어느 날, 알도 레인 중위는 독일의 여배우이자 동시에 영국의 더블 스파이인 브리짓(다이앤 크루거)에게 뜻밖의 소식을 듣습니다. 나치의 수뇌부가 모두 참석하는 독일 전쟁 영화의 프리미어가 파리에서 열린다는 것. 그리고 이 프리미어에 바로 '히틀러'도 참석을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나치를 모두 쓸어버릴 계획으로 '개떼들'은 이탈리아 영화 관계자로 분장해 극장으로 향하고, 그 곳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비밀 임무가 준비되고 있었는데…





3. 개인적 리뷰


흥행에서도 말해주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최근 몇년간 본 영화중에서 탑을 꼽으라면 이영화를 꼽고 싶습니다.

이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크리스토퍼 왈츠가 주연이었으며 독주무대였다고 생각될 만큼 영화내 비중과 대사도 많지만, 그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동작하나하나로 연기하고, 표정하나하나로 연기하며, 머리를 굴리며 웃음짓는 그의 연기력은 저에게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더군요.  영화 시작후 왠 세무조사원, 또는 가구수조사원 같은 느낌의 공무원이 조용하게 7분간 유대인과 정중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우유를 마시고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고, 담배를 피우는 평범한 행동하나하나에 상대를 긴장시키면서 숨통을 조이고 마침내 자백을 받는 부분까지 영화전체시간 2시간 30분중에서 약 20분이 걸립니다. 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심리전은 그야말로 서스펜스(Suspense)의 정석이라 생각될만큼 굉장한 긴장감을 가져다 줍니다. 한 시퀀스로 초반20분을 가져가는 호흡은 웬만한 내공의 연기와 연출로는 만들수가 없습니다. 한스 대령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왈츠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타란티노 감독의 연출력이 더하여져서 연출된 서스펜스 예술이라 불릴만 합니다. 덕분에, 크리스토퍼 왈츠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되죠. 여담이지만 당초 란다 대령 역에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인 사람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습니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독일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배우가 그 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기회가 갔고, 이후 디카프리오는 타란티노와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만나 악역에 대한 한을 풀었습니다.





사실 캐릭터를 보면 다들 개성있고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만,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한스대령의 연기가 워낙 특출났던게죠. 쇼사나 역을 맡았던 멜라니 로랑은 이름만 익히 들어왔지만, 이 영화에서 접해보니 정말 이쁘더군요. 게다가 연기까지... 일가족이 그대로 쓸려버리고 살아남았던 표정변화없는, 시니컬하고 단조롭고 웃지않는 쇼사나를 잘 표현해주고 그녀에게 얼마나 아픔이 있는지 잘 느껴지게 하더군요. 도도해 보이면서도 유혹적이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강한 결단을 내리며, 그러면서도 나약하고 부드러움을 감추고 있는 여자.. 나치병사의 입장에서 보면 팜므파탈이죠. 





다섯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은, 복합구성으로 하나의 전체적인 큰맥락안에서 둘 이상의 사건을 다루는 구성으로 연출되있는데, 보는 사람의 집중을 흐트릴수 있는 구성방식을 타란티노 감독은 복수라는 공통코드를 가지고, 영화막바지 절정 부분에서 한순간에 동시다발 폭발시킴으로서 하나의 결말로 이어지도록 연출해서 깔끔한 마무리의 느낌을 받도록 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킬 빌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폭력성 넘쳐나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제가 그런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내에 머리가죽을 벗기는 장면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힘들게 봤던 장면들이 꽤 나옵니다. 영화 전체적 배경을 따지고 보면, 나치를 절대악 수준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윤리문제에 대한 고민없이 그가 원하는 연출을 영화에 그대로 담은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