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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해외

눈먼자들의 도시 - 인간의 존엄성따위 너무나 쉽게 날아갔다




1. 전체개요

원제 : 눈먼자들의 도시(Blindness)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개봉일 : 2008-11-20

러닝타임 : 120분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출연 : 줄리안 무어 (의사 아내 역), 마크 러팔로 (안과의사 역),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제3병동의 왕 역), 대니 글로버 (검은 안대를 한 노인 역) 등

평점 : (7/10)



영화개요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원작으로 미국, 캐나다, 일본이 공동 제작한 영화입니다. <시티 오브 갓>의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연출하였고,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산드라 오 등 초호화 캐스팅이었으나 평은 그리 좋지 않고, 2009년 칸느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됩니다. 




원작?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가 쓴 장편소설이며, 후속작으로 <눈뜬 자들의 도시>가 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수작으로써,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몇 안되는 작품중 하나 입니다. 문학적으로는 머리가 터지게 하는 은유로 가득한 소설입니다. 사라마구가 60대의 노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묘사가 특징이며, 등장인물의 직접적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안과의사의 아내', '안과의사', '회사원의 아내' 등으로 등장인물을 묘사하고 있으며, 지역색과 인종적 특성을 모두 제거해 버린 것도 특징입니다. 그리고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언반구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 것 또한 특징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2. 줄거리 요약

평범한 어느 날 오후, 앞이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차도 한 가운데에서 차를 세운다. 이후 그를 집에 데려다 준 남자도, 그를 간호한 아내도, 남자가 치료받기 위해 들른 병원의 환자들도, 그를 치료한 안과 의사도 모두 눈이 멀어버린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상현상. 눈먼 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그들을 병원에 격리수용하고, 세상의 앞 못 보는 자들이 모두 한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남편을 지키기 위해 눈먼 자처럼 행동하는 앞을 볼 수 있는 한 여인(줄리안 무어)이 있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병동에서 오직 그녀만이 충격의 현장을 목격하는데...



3. 개인적 리뷰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티 오브 갓>과 <콘스탄트 가드너>를 미치도록 재미있게 봤던 저로서는 이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 가 그리 임펙트 있게 다가오지 않으면서, 한껏 기대했었던 마음이 실망으로 가득하게 됬습니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가 낮은 편은 아닙니다. 원작의 의도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실명하고, 단 한명만 실명되지 않았다면..이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였다고 하고, 소재자체는 굉장히 참신하면서도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낳을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허나 영화 자체로서 관객에게 어떤 설득을 시키지 못하고,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길때 가졌던 고민들을 영화에 담는데 실패했음을 느낄수 있습니다.  영화는 소설<눈먼자들의 도시>를 충실하게 각색, 재연한 요약본이었으며, 영화로서의 어떤 이점이나 매력을 충분히 살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소재는 굉장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을 때 닥쳐오는 인간의 시련이란 영화에서 보듯이 엄청난 여파입니다. 단순히 인간의 오감중 하나가 사라진 것 뿐인데, 인간사회가 바뀌고, 삶이 바뀌고, 자연의 매커니즘 자체가 바뀌어 버립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죠. 단지 오감 중 하나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이정도 사회적 영향이 있을수 있다니..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해 볼수도 있겠죠. 들을 귀가 없어진다면... 말할 입이 사라진다면... 상상하기도 싫지만, 영화속에서 본 눈이 실명된 사회는 그야말로 지옥이라 할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고,  앞을 못봐 수치심이 사라지면서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용소 복도에는 용변으로 가득하고, 원래부터 맹인이었던 자가 인간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여성들을 식량과 바꾸어 강간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오감중 하나가 사라지는 일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되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소재입니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실명되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이 눈여겨 봐집니다. 그녀는 누가봐도 이 백색의 세계의 제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못할 것이 없고, 못 이길 상대가 없을터인데, 앞을 볼수 있는 사실을 숨긴채 묵묵히 다른 자들을 품어주고, 도와줍니다. 물론 영화 중후반이 넘어가면서 그녀는 결국 폭력배무리들에게 공격을 감행하긴 합니다만, 그전의 그녀는 들키지 않으면서 뒷바라지까지 하는 초연한 모습을 보였고, 그녀의 그런 모습들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줄때가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까요. 남자라면... 눈이 보이는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나갔겠지만, 영화속 그녀의 모습은 홀로 외로워 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무도 앞이 보이지 않지만 홀로 앞이 보인다는 사실이 홀로 외로움과 함께 다른 종류의 무기력함을 경험하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이미지 출처 - Daum영화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